수필가 김보통씨

지난 주말 김프로쇼 공개방송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영화보다 영화리뷰를 더 좋아하는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프로쇼를 통해 종종 영화리뷰를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김프로쇼가 시청자를 직접 만나는 공개방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잽싸게 예약을 하고 공개방송에 다녀왔습니다.

김프로쇼 공개방송의 첫 시작은 수필가 김보통씨와 함께 하는 북토크 였습니다.

오늘 만큼은 김보통님 앞에 수필가를 붙이겠습니다. 만화가이자 미래의 도서관 주인을 꿈꾸는 저자이지만 오늘은 그의 수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입니다.

책 중간에 보이는 강아지는 작가님이 직접 그려 주셨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김보통이라는 사람이 너무 특이하고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와의 시간을 설명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생각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김보통 작가와 함께 했던 시간을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 1. 그의 여행은 칫솔과 속옷 한장이 끝이다

보통 작가님은 여행을 갈때 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무작정 고속터미널에가서 그냥 이름이 마음에 드는 국내 여행지를 찍고 여행을 다녀오고는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는 지금은 트렁크 속에 칫솔과 속옷한장을 넣어 일본으로 가다가 공항에 잡혀본적이 있다고 합니다. 트렁크가 왜 이렇게 텅텅비었냐는 공항 직원에 질문에 과자를 사러 왔다는 그의 대답은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얘기가....

 

# 2. 그의 식후에는 언제나 브라우니가 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 전까지의 공백기간.. 그 시간 김보통 작가는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매일 식빵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수염과 머리가 덥수룩 해진 그는 곰팡이가 핀 식빵의 일부를 잘라내고 나머지 부분을 먹으려 하는 자신을 마주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습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탕수육을 먹고 브라우니 디저트를 후식으로 먹으며 존엄성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그 후 인간이기 위해 그는 식후 디저트를 반드시 먹는다고...

# 3. 2000권의 책을 주문하다

어렸을 적 김보통 작가의 집에는 책이 없었다고 합니다.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책을 가저본 적이 없었던 그는 그에 대한 결핍을 아직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언젠가는 책을 접하기 힘든 아이들과 사람을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둔 그가 내린 결정은 2000권의 책을 주문하는 거였다고 합니다. 맙소사! 그는 도서관을 차리기도 전에 2000권의 책을 주문했고 결국 임대료 부족으로 도서관을 만들수는 없었다고...그의 집에는 여전히 2000권의 책이 있다고 합니다.

 

# 4. 수필가,만화가,클라이밍 홍보가,이모티콘 제작자, 브라우니 제작자, 철봉달인, 유아용 콘텐츠 제작자 김보통씨

방송에 다른 패널분도 말씀하셨지만 김보통씨의 직업은 김보통씨입니다. 매번 그가 하는 일이 그의 직업이 됩니다. 저는 공개방송 모든 내용 중 김보통씨의 이런 모습이 가장 좋았습니다. 매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하지만 허세가 없고 겸손한 사람. 순간에 집중하지만 인생은 흐르는데로 지켜볼 줄 아는 사람.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화가로 성공했으면 수필을 쓰지 않았을 거라고. 그래서 이번엔 수필로 성공을 해 수필가 김보통으로 불리고 싶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는 수필로 성공을 하던 그렇지 못하던 계속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것 입니다. 그리고 매번 지금처럼 결과를 만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는 자신만의 도서관을 분명 가지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 5.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행하다. 하지만 NG처럼 순간 순간 행복이 오더라.

그런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책의 제목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나름대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의 또 다른 수필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처럼 그의 목표는 행복이 아닌 불행하지 않은 삶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위해 오늘도 브라우니를 먹는게 아닌가 싶습니다.